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이승만 정권이 주도한 ‘국회 프락치사건’이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혼란의 정치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당시 정부가 권력 강화를 위해 민주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프락치사건은 1949년 이승만 정권 하에서 발생했다. 재헌국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북한 공산정권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처벌된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사건의 전개 과정은 정치적 목적이 짙게 깔려 있었다는 의혹이 오래도록 제기돼 왔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친일파 처벌을 목적으로 설립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을 크게 억제하고 있었다. 반민특위 활동이 확대되면서 친일 경력이 있는 이승만 주변 인사들이 위협을 느끼자, 정권은 반민특위 무력화와 함께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회 프락치사건을 터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승만 정권은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하고 국회 내 반대세력 제거를 정당화했다. 이 과정에서 구속된 의원들은 가혹한 수사와 조작된 증거를 근거로 처벌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재헌국회는 극심한 위축과 분열을 겪게 됐다. 그 결과 당시 민주주의 초석을 다져야 할 중요한 시기에 권력 집중과 정치적 탄압이라는 암흑기가 펼쳐졌다.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님의 아드님이신 김정육 선생이 발언하고 있다
최근 진실화해위원회가 국회 프락치사건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가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거사 재조명 흐름 속에서 국회 프락치사건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사건의 조작 여부, 인권 침해 사실, 정치적 탄압 실태 등을 낱낱이 밝힐 계획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국회 프락치사건은 단순한 간첩 사건이 아니라, 당시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공작으로 봐야 한다”며 “당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바로 세우기를 위해 재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회 프락치사건을 비롯해 반민특위 탄압 사건, 제주 4·3사건 등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권력형 인권침해 사건들이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번 재조사를 통해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왜곡된 역사가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