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대신한 관측, 그러나 한계에 부딪히다
“정부가 사라진 자리를 우리가 메꿔야 했습니다.”
지난 1년간 연안 곳곳에서 자발적 해양쓰레기 조사를 이어온 시민들의 목소리다. 16년간 해양정책의 기초로 작동하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이 2023년 말 중단되자, 비영리 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기초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그러나 관측 장비도, 정부 지원도 없이 이들이 버텨온 시간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는 계속 측정해 왔다”
2024년 한 해 동안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OSEAN)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수행한 자발적 조사는 총 166회. 이는 기존 정부 사업의 연간 목표치(60개 지점 × 6회 = 360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사 지점도 전체의 42%만 유지되었고, 2025년 7월 현재 기준 조사 건수는 40회에 불과하다. 올해 연말까지 수집 가능한 데이터는 기존의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학술지도 인정한 APEC 맞춤형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모델
시민의 헌신이 국책 사업을 대신한다
조사는 단순한 쓰레기 줍기가 아니다. 동일한 해안지점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정해진 항목(60종)을 분류하고 계량해야 한다. 유입된 쓰레기의 종류와 양, 형태와 변화를 관찰해 정책의 효과와 오염 추세를 파악하는 정밀한 ‘측정행위’다. 이 모든 작업을 시민들이 자비로 감당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장기적 관측과 표준화된 데이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일시적 조사로는 정책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 조사는 공공 데이터로의 신뢰성과 접근성 확보가 보장되어야만 국내외 학계, 정책기관, 국제 협약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빠지고, 시민만 남았다
국가가 해야 할 책임을 개인과 단체가 떠안는 구조는 오래 버틸 수 없다. 2023년까지 www.meis.go.kr와 www.bigdata-coast.kr을 통해 공개되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데이터는 더 이상 갱신되지 않는다. 연구자와 정책가, 학생과 언론 모두가 데이터를 읽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 공백에 대해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사업이 중단된 이유도, 언제 재개될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모두 침묵한 채, 시민의 조사만이 남았다.
국가 통계의 위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데이터는 숫자만이 아니라, ‘국가의 기억’이다. 과거를 측정하고 현재를 설명하며 미래를 설계하게 하는 기초다. 이 기억이 끊긴 나라에선 정책도 표류한다.
지금 해양쓰레기 대응 정책은 어떠한 기준도 없이 시행되고 있다. 오염이 줄었는지, 어디서 증가하고 있는지, 어떤 쓰레기가 문제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정부는 기초 데이터를 외면한 채 규제와 예산을 논하고 있다. 바다는 여전히 변하고 있는데, 정부는 등 돌린 채 숫자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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