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의회가 12일부터 7일간 일정으로 진행하는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의 첫날, 기획감사실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는 홍보비 집행의 중복과 행정의 전문성 부족이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날 용준순 의원은 “행사 홍보비가 이미 문화재단 등 교부금에 반영되어 있음에도 홍보실에서 별도로 홍보비를 집행하는 것은 중복 지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천군의 각종 축제나 행사에 투입되는 홍보 예산이 부서별로 나뉘어 관리되는 구조에서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행정의 통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용준순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또한 용 의원은 언론사 선정 기준의 불명확성을 문제 삼았다. “홍보비를 지급하는 매체를 선정할 때,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의 매체력, 구독자 성향, 지역사회 파급력 등을 사전에 분석해야 한다”며 “지면·방송·온라인을 막론하고 매체 특성에 맞는 전략적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의 외주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외주 제작을 통해 군청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있지만, 내용은 홍천군의 정책 이해나 청년세대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며 “군정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아이디어와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보예산, 전국 지자체의 고질적 문제
홍천군 사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적으로 겪는 홍보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각 부서가 행사나 정책 홍보를 위해 개별적으로 예산을 세우면서 중복 집행과 예산 누수가 발생하고, 홍보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자체 홍보는 단순한 보도자료 배포를 넘어 정책 전달력, 주민 참여, 공공 이미지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현실은 성과 측정 없는 예산 소진 중심의 행정 루틴으로 굳어져 있다. 대부분의 홍보 담당 공무원이 전문 홍보나 미디어 기획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예산 집행 위주의 업무를 반복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데이터 없는 홍보행정, 개선 시급
최근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홍보효과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매체별 반응, 조회수, 지역 도달률 등을 관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여전히 ‘보도자료 배포 건수’나 ‘광고 지면 수’로 성과를 판단하고 있다.
홍천군의회 행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적은 단순히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홍보의 전문화와 효율화라는 전국적 과제로 확장된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과 검증, 데이터 기반 행정의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정부의 홍보행정은 시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홍천군의회는 오는 20일까지 각 부서별 행정감사를 이어가며, 이번 홍보비 집행 문제를 포함한 예산 운용 전반에 대한 세밀한 검증을 예고했다.
(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