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조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지시에 따라 국회 출입을 봉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업무를 방해하는 등 헌법 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3일 오후 2시 13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국회 출입 봉쇄…“계엄 해제 요구권 침해”

헌재는 조 청장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계엄 계획을 사전에 전달받고, 계엄 선포 직후 경찰 병력을 국회 출입문에 배치해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계엄 포고령 발령 후에도 국회 출입을 재차 차단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본회의가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같은 조치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77조 제5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조 청장은 우발 상황에 대비한 조치였을 뿐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조 청장이 대통령의 국회와의 대립 상황 인식, 군 투입 목적,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우발적 대비가 아니라 대통령의 위헌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적극적 방해”라고 판단했다.

선관위 출입 통제…“독립성 침해”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대한 경찰 배치 역시 위헌·위법하다고 봤다. 조 청장은 군의 출동에 맞춰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고, 그 결과 군이 영장 없이 선관위 전산 시스템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인정됐다.

헌재는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투입된 군을 지원함으로써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집회 충돌 유도 의혹은 인정 안 돼

다만 2024년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 충돌과 관련해, 헌재는 조 청장이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충돌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록상 충돌과 체포 사실은 인정되지만, 조 청장이 직접 개입하거나 폭동을 유도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청장은 헌법 수호 책무 지닌 자리”

헌재는 파면 사유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경찰청장은 대통령 지시를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지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경찰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도록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은 헌법이 정한 계엄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평균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위헌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30년 이상 경찰에 근무한 경찰청장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조 청장의 행위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헌 행위”라며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경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조 청장의 법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결론 내리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했다. 탄핵 결정에 따라 조지호 청장은 즉시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공정미디어뉴스 조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