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는 가운데, 쿠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공동소송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소비자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사고가 아닌 데이터 재난”으로 규정하며 기업 책임과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전현희 국회의원을 비롯해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소비자와 함께’, 소비자연맹, 건강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손해배상 공동소송 출범을 공식화하고, 강력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현희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현재 가장 심각한 민생 현안”이라며 “그럼에도 쿠팡은 글로벌 기업답게 책임 있는 사과는커녕 김범석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한 것은 사실상 셀프 면제부를 발부하려는 면피성 꼼수”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특히 “쿠팡이 미국 정치권 인사들을 앞세워 이번 사안을 한미 통상 문제로 비화시키고, 한국 정부의 정당한 조치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의 신뢰로 성장한 기업이 문제가 생기자 미국을 방패 삼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개인정보 유출의 진상을 끝까지 규명하고, 엄중한 보상과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들은 공동소송에 나서게 된 배경과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길호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부회장(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은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은 사실상 성인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된 초유의 사태”라며 “현행 법체계상 집단소송제가 없어 불가피하게 공동소송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단체들은 세 가지 핵심 요구를 제시했다.

▲집단소송제 도입 또는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IT·플랫폼 기업의 전문 영역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이다. 이들은 “일반 소비자가 알고리즘과 시스템 구조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의 과실에 대해 소비자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임 한국소비자단체연합 회장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사회적 재난”이라며 “기업은 법망 뒤에 숨지 말고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적인 금전 피해가 입증되지 않으면 책임질 수 없다는 쿠팡의 논리는 소비자의 인권과 정신적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와 미국 에퀴팩스 사례를 들며 “해외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한 기업이 존립 위기를 맞을 만큼 엄중한 책임을 진다”며 “우리 사회도 보안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동소송은 단순한 배상 문제를 넘어, 개인정보의 공공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공동소송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업 책임과 국가의 규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단체들은 “국민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는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며 “이번 싸움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의 권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