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정책의 기초를 무너뜨린 정부, 복원은 왜 외면하나”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숫자다. 얼마나, 어디서, 무엇이 버려지는지 알 수 있어야 정책도 실행되고, 책임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 숫자를 스스로 지우고 있다. 정부가 2023년부터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시민과 연구자가 16년간 축적해온 해양기초 데이터를, 정부는 아무 설명도 없이 덮어버렸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

바다엔 여전히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 뱃속을 돌고, 스티로폼 부표가 잘게 부서져 해변에 뒤덮인다. 문제는 이 현상을 정부는 더 이상 관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16년간 전국 60개 해안에서 2개월마다 이루어진 연안조사는 2023년 예산 삭감으로 중단됐다. 현장을 비추던 카메라가 꺼졌고, 데이터를 입력하던 손이 멈췄다. 2025년 7월 현재, 공식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쓰레기 수거’가 아니었다. 스티로폼 부표가 얼마나 바다를 오염시키는지 밝혀낸 것도, 일회용품 규제가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입증한 것도 바로 이 데이터였다. 해양쓰레기를 60종으로 분류하고 양을 정량화하며, 정책 효과와 오염 추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부터 이 사업을 “설명 없이” 종료했다.

동아사아바다공동체 오션

과학 없이, 정책 없다

이제 한국은 자신의 바다가 얼마나 오염됐는지조차 모르는 나라가 됐다. 바다를 관찰하는 눈을 스스로 감아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공백이 단순히 조사 중단이 아니라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치 없이 시행되는 정책은 방향을 잃고,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한다. 2025년 열릴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한국은 해양쓰레기 기초 통계조차 제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이 대신 시작했지만

2024년, 시민단체 오션(OSEAN)과 지역 시민들이 자비로 조사에 나섰다. 공식 예산 없이 166회 조사를 실시했고, 일부 데이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량의 절반도 되지 못하며, 2025년에는 그마저도 5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책임을 시민이 대신 지고 있는 셈 이다.

사라진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데이터는 단지 파일이나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시민이 감시할 때, 국제사회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다. 이 숫자가 사라졌다는 것은 정책의 기준점이 없어졌다는 뜻이며, 이는 해양 환경을 지키는 국가의 기능이 일부 정지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